정부가 물건을 살 때 “이건 AI가 만든 게 맞다”고 확인해 주는 절차가 생겼다. 국가기관이 조달 시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살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AI 활용 여부를 직접 확인해 주는 AI 제품·서비스 확인 제도가 이달 21일부터 본격 가동됐다. 확인서를 받은 제품은 공공조달에서 여러 우대를 받는다.
핵심 요약
AI기본법은 2024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이듬해 1월 22일 전면 시행됐다.
AI 제품·서비스 확인 제도를 포함한 후속 개정안은 이달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확인서를 받으면 다수공급자계약 참여 요건 완화 등 조달 시장 우대를 받는다.
정부는 최소 1년 이상 계도기간을 운영하며 세부 기준을 계속 보완할 방침이다.
AI 제품·서비스 확인 제도, 무엇을 확인하나
확인 대상은 이용자에게 AI를 직접 제공하는 인공지능사업자다. AI기본법 시행과 함께 나온 가이드라인은 이 의무의 주체를 인공지능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사업자로 명확히 규정하고, 도구로만 AI를 쓰는 이용자는 대상에서 뺐다.
이 확인 절차의 법적 뼈대는 시행령에 있다. 국무회의는 인공지능제품 및 서비스의 이용 비용지원 대상과 절차, 인공지능연구소의 설립 주체 등을 시행령에 담았고, 모법은 (‘26.1.20.공포, ‘26.7.21.시행)으로 시점을 못박았다.
확인 제도와 짝을 이루는 또 다른 축은 취약계층 지원이다. 장애인과 65세 이상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 경력보유여성과 구직자까지 더해지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AI 제품·서비스 이용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넓어졌다.
확인서를 받으면 뭐가 달라지나
확인서 취득의 실익은 공공조달 시장에서 나온다. 확인서가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다수공급자계약(MAS) 참여 요건 완화, 총액계약 적격심사 신인도 가점, 소프트웨어 단가계약 납품실적 요건 면제 등의 혜택을 오는 8월부터 받는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혁신 AI 서비스의 첫 고객이 되어 민간 확산을 이끄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 조달 절차 | 확인서 미보유 | 확인서 보유 |
|---|---|---|
| 다수공급자계약(MAS) | 일반 참여 요건 적용 | 참여 요건 완화 |
| 총액계약 적격심사 | 가점 없음 | 신인도 가점 부여 |
| 소프트웨어 단가계약 | 납품실적 요건 적용 | 납품실적 요건 면제 |
왜 하필 지금, 이 순서로 왔나
AI기본법은 2020년 7월 처음 발의돼 논의 끝에 2024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유럽연합의 AI법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된 기본법이라는 점에서, 이번 확인 제도는 그 법이 예고했던 후속 정비의 한 조각이다.
확인 제도가 시행령과 고시 정비를 거쳐 지금 나온 순서도 그래서다. 시행령은 2025. 11.부터 2025. 12.까지 입법예고를 거쳤고, 정부는 2026. 1. 20. 공개설명회를 열어 이 법이 규제가 아니라 진흥에 방점을 둔 법임을 재확인했다.
계도기간과 남은 숙제
제도가 켜졌다고 곧바로 엄격한 잣대가 들어오는 건 아니다. 정부는 최소 1년 이상 규제를 유예하며, 이 기간 사실조사는 인명사고나 인권 훼손처럼 중대한 사안에서만 예외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인공지능기본법 지원창구도 한국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산업협회를 통해 운영하기로 했다. 지원데스크는 사업자의 준수와 이행을 돕는 창구로, 이런 지원 체계 자체가 계도기간의 성격을 보여준다.
산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확인 제도와 별개로 생성형 AI 표시 의무의 적용 범위, 고영향 AI 판단 기준이 아직 불명확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정부는 2026. 2.부터 제도개선 연구반을 운영해 가이드라인을 계속 손보기로 했다.
다음에 공공기관 발주 공고에서 확인서 보유라는 문구를 보면, 그건 그 제품이 조달 시장에서 남들보다 한 단계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는 뜻이다. 확인서 한 장이 가르는 건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누가 먼저 정부라는 첫 고객을 만나느냐의 문제다.